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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교육

12. 덴마크의 포레스트 스쿨: 자연 속에서 배우는 교육 철학

*  덴마크 포레스트 스쿨의 탄생과 배경


덴마크의 포레스트 학교(숲 유치원)는 자연 속에서 배우는 교육 철학을 가장 잘 구현해 낸 대표적인 사례로 꼽힙니다. 유럽 전역, 특히 북유럽 국가들은 오래전부터 자연 친화적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았지만, 덴마크가 그중에서도 주목받는 이유는 체계적인 정부 지원과 지역사회의 적극적인 참여가 만나 독자적인 포레스트 학교 문화를 형성했기 때문입니다. 덴마크는 산과 바다가 골고루 어우러져 있으며, 비교적 인구밀도가 낮은 지역에 풍부한 자연환경이 분포해 있습니다. 이 같은 환경적 조건은 유아들이 숲과 바다, 들판 등 다양한 생태계를 접할 기회를 자연스럽게 확보하도록 만들었습니다.

덴마크 교육계가 포레스트 학교 모델을 본격적으로 채택하기 시작한 시기는 20세기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에는 유럽 대부분의 나라들이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해 실내 중심의 교육 패턴을 강화하던 추세였으나, 덴마크 일부 지역에서는 “자연을 등지고는 아이들의 전인적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이 공감을 얻게 시작했습니다. 이에 따라 소규모 숲 유치원들이 생겨났고, 아이들이 실내 교실이 아닌 숲에서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형태가 실험적으로 시도되었습니다. 초기에는 부모들의 우려도 있었지만, 아이들이 숲과 들판을 누비며 몸과 마음이 한층 더 건강해지는 모습을 직접 확인하고 나서는 점차 사회적 지지 기반이 커졌습니다. 이후 정부 차원에서 포레스트 학교에 대한 재정적·제도적 지원이 확대되면서, 덴마크 전역으로 숲 유치원이 확산하였습니다.

포레스트 학교라는 독특한 교육 체계가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덴마크가 오랫동안 강조해 온 ‘행복 교육’이라는 철학적 기반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덴마크 국민들은 전통적으로 자기 주도적이고 창의적인 삶의 방식을 선호해 왔고, 자녀 교육 역시 이러한 가치를 반영하는 쪽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아이들이 어린 시절부터 자연 속에서 몸을 움직이며 배우는 과정은 한편으로는 건강을 증진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호기심과 자발성을 자극하여 창의적 사고력을 키워 준다고 여겨집니다. 또한 숲이라는 환경은 경쟁보다는 협력과 배려, 그리고 자연 앞에서 겸손함을 가르치는 장이 되기도 합니다. 이 모든 요인이 맞물려, 덴마크의 포레스트 학교(숲 유치원)는 ‘아이에게 이상적인 생태환경 교육’을 대표하는 상징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 숲 유치원이 보여 주는 자연 친화적 학습


덴마크 포레스트 학교에서는 교실 대신 광활한 자연이 아이들의 주된 ‘교육 현장’이 됩니다. 아침에 유치원에 등원한 아이들은 대부분 숲이나 들판으로 곧장 이동하여, 날씨와 계절이 허락하는 한 야외에서 활동을 진행합니다. 이들은 사전에 준비된 장난감이 아닌, 자연 속에 존재하는 나무 조각, 작은 돌멩이, 흙, 낙엽 등 다양한 요소를 탐색하면서 스스로 놀이 방법을 찾습니다. 그 과정에서 소근육과 대근육이 고루 발달하고, 시각·청각·촉각을 포함한 오감이 적극적으로 자극되어 감각적·신체적 발달이 고르게 이뤄집니다.

또한 숲 유치원의 교사들은 ‘지도자’가 아니라 ‘동반자’의 역할을 합니다. 즉, 아이들이 사소한 질문을 할 때마다 정답을 제시하기보다는, “네 생각은 어때?”, “어떤 방법으로 이것을 풀어볼까?”와 같은 질문으로 아이들의 상상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끌어내는 식입니다. 예컨대, 비가 온 뒤 땅이 질척질척해져서 이동하기 힘들다면, 아이들이 직접 길을 찾거나 임시 다리를 만드는 방법을 모색하도록 유도합니다. 이러한 수업 방식은 혼자 고민하고 친구들과 협력하는 과정을 강조하기 때문에,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협동심과 독립심을 동시에 기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더 나아가 숲 유치원에서는 주제를 정해 자연 현상을 탐구하는 생태 학습도 적극적으로 시행됩니다. 예를 들어, 계절에 따른 나무의 변화, 곤충이 살아가는 방식, 철새의 이동 경로 같은 이야기를 교실에서 교재를 통해 배우는 것이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직접 보고 느끼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나무를 만져 보고 냄새를 맡고, 나뭇잎이 왜 떨어지는지를 교사와 함께 이야기하면서 자연스레 과학적 사고를 키워 갑니다. 이렇게 실질적인 체험이 쌓이다 보면, 단순히 지식의 암기에 그치지 않고 생태계의 소중함과 경이로움을 온몸으로 느끼게 됩니다. 이 같은 자연 친화적 학습은 아이들로 하여금 “인간도 자연의 일부”라는 인식을 일찍부터 갖게 해 주며, 이는 궁극적으로 환경 보호 의식을 싹트게 하는 토대가 됩니다.


* 아이들의 전인적 발달을 돕는 숲 교육


숲 유치원에서 진행되는 자연 친화적 교육이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는 아이들의 전인적 발달을 돕는 효과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첫째로, 심리·정서적 측면에서 숲이나 들판에서 뛰노는 경험은 아이들에게 큰 안정감과 자유를 선사합니다. 흙길을 맨발로 걷거나, 계절마다 변하는 숲의 소리를 듣는 경험은 감정 조절 능력과 내면의 평온함을 기르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북유럽을 포함한 여러 연구에서, 숲 유치원에 다닌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스트레스 수준이 낮고, 대인관계에서도 상대적으로 개방적이며 긍정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곤 합니다.

둘째로, 신체 발달 측면에서도 숲 교육은 탁월한 효과를 발휘합니다. 실내 교실에서 주로 앉아서 진행되는 수업과 달리, 숲 유치원에서는 오르막길을 오르고 내려오며 균형감을 익히고, 나무 사이를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소근육과 대근육을 단련하게 됩니다. 심지어 비가 오거나 바람이 세게 부는 날에도 상황에 맞춰 야외 활동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험을 통해 아이들은 다양한 기상 조건에 적응하고 몸을 자유롭게 움직이는 방법을 터득합니다. 이러한 과정이 쌓이면 면역력이 높아지고, 계절이 바뀌어도 건강을 유지하는 힘이 길러집니다.

셋째로, 인지 발달과 창의성 측면에서도 숲 교육은 많은 이점을 제공합니다. 덴마크 포레스트 학교에서는 놀이와 학습의 경계를 엄격히 나누지 않기 때문에, 아이들은 모든 체험을 통합적으로 받아들입니다. 예를 들어, 나뭇잎을 이용해 무언가를 만들거나, 커다란 돌을 이리저리 굴려서 장애물을 없애는 활동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수학적 개념이나 과학적 개념을 접하게 됩니다. 이를테면, 일정한 수의 돌멩이를 분류하고 정렬하는 과정에서 기초적인 수 개념이 싹트고, 나무의 나이테를 세어 보면서 시간과 성장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놀이 속에서 지식을 습득하는 경험은, 아이들에게 ‘학습은 재미있고 흥미로운 것’이라는 긍정적 인식을 심어 주며 장기적으로도 자기 주도적 학습 태도를 형성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 덴마크 포레스트 스쿨이 전하는 미래 교육의 비전

12. 덴마크의 포레스트 스쿨: 자연 속에서 배우는 교육 철학


최근에는 전 세계적으로 기후 변화와 환경오염 문제가 크게 대두되면서, 교육 분야에서도 자연 친화적 접근을 통한 생태 의식 함양이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습니다. 덴마크의 포레스트 학교(숲 유치원)는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모범사례로, 여러 나라 교육자와 정책 입안자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습니다. 단순히 숲에서 뛰어노는 활동을 장려하는 수준을 넘어, 어린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협력·탐구·지속가능성에 대한 감각을 키우도록 다각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점이 돋보입니다. 포레스트 학교에서 자란 아이들은 차후에 초등학교나 중등교육으로 진학하더라도, 자연을 하나의 생생한 학습 도구로 인식하고, 환경을 보호하는 실천을 생활화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물론 포레스트 학파 모델을 그대로 도입하기에는, 도시화가 극심한 지역이나 자연환경이 충분치 않은 곳에서는 현실적인 제약이 많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덴마크의 사례가 주는 시사점은, 작은 녹지 공간을 어떻게 활용하고, 아이들의 호기심을 어떻게 자극하며,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는 교육 방식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 아이디어를 제공한다는 데 있습니다. 예컨대 도심 속 미니 숲 조성, 공원 내 생태 교실 프로그램, 학교 텃밭 운영 등의 형태로 각 지역적 특성에 맞춰 변형된 포레스트 학파 모델을 적용해 볼 수 있습니다.

 

나아가, 포레스트 스쿨의 성공 요인은 결코 자연 환경만이 아니라는 점도 주목해야 합니다. 덴마크가 지닌 사회 문화적 토양—즉, 아이들의 권리를 존중하고, 실패나 실수마저도 배움의 과정으로 보는 관용적 태도, 그리고 아동을 단순히 교육의 대상이 아니라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로 바라보는 시선—이 크게 작용했다는 사실입니다. 이러한 가치관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좋은 자연 환경을 갖추고 있어도 숲 교육은 형식적인 행사에 그치고 말 것입니다. 결국 덴마크 포레스트 스쿨이 전하는 진정한 교육 철학은, 환경뿐 아니라 아이들의 ‘자율과 창의, 그리고 존중’을 우선시하는 전인적 관점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메시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덴마크 숲 유치원이 보여 주는 교육 모델은,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함께 키우는 통합적 접근이야말로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핵심 역량을 갖춘 인재를 길러 낼 수 있다는 점을 실증해 주고 있습니다. 자연 속에서 몸소 체험하며 습득한 지식과 감수성은 결코 책 한 권으로 대체할 수 없는 폭넓고 깊은 가치를 담고 있습니다. 그 점이야말로 앞으로 더 많은 나라와 지역이 덴마크의 포레스트 스쿨 방식에 관심을 기울이고, 이를 다양한 형태로 구현해 보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실천의 누적이야말로, 지구 환경을 보전하고 다음 세대에 더욱 지속가능한 미래를 열어 주는 교육의 참된 목표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는 길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