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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교육

14. 이탈리아 레지오 에밀리아 교육: 창의성을 키우는 방법

#이탈리아 레지오 에밀리아 교육의 탄생과 배경


이탈리아 레지오 에밀리아 교육은 ‘아이를 하나의 독립된 연구자이자 예술가로 바라보는’ 독특한 관점에서 출발한 유아교육 방식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이탈리아 북부의 작은 도시 레지오 에밀리아에서 시작된 이 교육 철학은, 전쟁 폐허 속에서 새롭게 아이들의 미래를 열어 가겠다는 지역 사회의 강한 의지로부터 비롯되었습니다. 당시 지역 주민들은 무너진 건물 잔해를 팔아 유치원을 세우고, 아이들이 자유롭게 탐구하고 협력하도록 돕는 교육 환경을 직접 조성했습니다. 이처럼 ‘공동체가 함께 만든 학교’라는 태동 과정 자체가 레지오 에밀리아 교육의 방향성을 대변해 줍니다.

레지오 에밀리아 교육은 전통적인 주입식 교육에서 탈피해, 아이들 스스로 지식을 구성해 나가는 과정을 중시합니다. 이는 “아이들은 백 가지의 언어를 가지고 태어난다”는 말로 대표되는 철학과도 연결됩니다. 백 가지 언어란 아이들이 소리, 몸짓, 그림, 조형, 상상 등 다양한 표현 방식을 통해 세상과 소통한다는 의미인데, 이를 억압하거나 단순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레지오 에밀리아 교육의 핵심 사상입니다. 따라서 교실에서는 종이에 그림을 그리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조각품을 만들거나 공연을 기획하는 등 여러 표현 활동을 복합적으로 진행하면서 창의성을 끌어올립니다.

또한 이 교육 철학은 “아이는 이미 유능하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합니다. 다시 말해, 어른의 간섭이 지나치면 아이들이 가진 무궁무진한 상상력과 호기심이 제약될 수 있다고 봅니다. 교사는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주체가 아니라, 아이들의 ‘탐구 여정’을 함께 나누고 지원해 주는 동반자로 자리매김합니다. 이 같은 접근 방식 덕분에 레지오 에밀리아 교육은 유럽 전역을 넘어 세계 여러 나라로 퍼져 나가며, 예술과 협력, 문제 해결 능력을 강조하는 혁신적 유아교육 모델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교사와 아틀리에리스타: 협력적 창의성의 비결


이탈리아 레지오 에밀리아 교육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 중 하나는, 교사와 ‘아틀리에리스타(Atelierista)’ 간의 긴밀한 협업 구조입니다. 레지오 에밀리아 유치원에서는 흔히 두 명의 공동 교사가 한 학급을 맡고, 예술적 전문성을 갖춘 아틀리에리스타가 팀에 추가되어 아이들의 표현 활동을 지속해서 관찰하고 지원합니다. 이런 삼각형 조직은 ‘학급 교사와 예술 전문가, 그리고 아이들 간의 상호작용’을 극대화하여, 창의성의 폭발적 발현을 끌어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교사들은 아이들이 무언가에 깊은 관심을 보이거나 질문을 던졌을 때, 그것을 놓치지 않고 ‘프로젝트’ 형태로 발전시키려고 노력합니다. 이때 아틀리에리스타는 아이들이 예술 매체와 도구를 더 다양하게 활용하도록 돕고, 교사와 함께 아이들의 아이디어를 시각적으로 구체화할 방안을 모색합니다. 예컨대, 아이들이 물에 뜨는 물체와 가라앉는 물체의 차이를 궁금해한다면, 교사는 즉흥적으로 학급 토론을 진행하고, 아틀리에리스타는 아이들이 직접 종이배를 접어 물에 띄워 보게 하거나, 흙·나무·플라스틱 등 서로 다른 재료로 선박 모형을 만드는 활동을 제안할 수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과정에서 어른들의 역할은 ‘정답 제시’가 아니라, 아이들의 질문을 더 확장하는 ‘촉진자’라는 사실입니다. 예술 전문가인 아틀리에리스타는 단순히 그림을 잘 그리거나 조형물을 만드는 기술만 가르쳐 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스스로 새로운 표현 방법을 탐구하도록 영감을 제공합니다. 아틀리에리스타가 제안하는 재료나 기법이 ‘아이가 가진 백 가지 언어’를 더욱 풍성하게 펼쳐내도록 돕는 장치인 셈입니다. 교사와 아틀리에리스타가 긴밀히 협력할 때, 아이들은 혼자서는 경험하기 힘든 폭넓은 창의적 활동을 즐기게 되고, 함께 만들어 가는 학습의 즐거움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 프로젝트 접근: 아이들의 학습 역동성을 끌어내다


레지오 에밀리아 교육 현장에서 자주 언급되는 핵심 키워드는 바로 ‘프로젝트 접근’입니다. 이것은 아이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호기심이나 문제의식을 출발점 삼아, 교사·아틀리에리스타·친구들과 함께 심층적으로 탐구하는 학습 방법론을 의미합니다. 프로젝트 주제는 교과서가 정해 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발언이나 행동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납니다. 예를 들어, 교실 구석에서 곤충을 발견한 아이가 “저 벌레는 어떻게 집을 짓지?”라고 질문하면, 그 순간이 곧 학급 전체가 몰입할 프로젝트의 시작점이 될 수 있습니다.

프로젝트에 돌입하면, 아이들은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여 자신들이 궁금해하는 것을 알아갑니다. 인터넷이나 책을 통해 자료 조사를 하는 것은 물론, 현장 견학이나 실험, 전문가 초빙 등도 활용합니다. 아이들은 각자 획득한 정보를 교실에서 공유하면서, 자신이 본 것, 들은 것, 느낀 것을 자유롭게 표현합니다. 이 과정에서 언어·과학·미술·음악 등 여러 분야가 융합돼, 아이들에게 한층 폭넓은 경험을 선사하게 됩니다. 가령, 곤충 프로젝트라면 곤충의 생태를 배우는 데서 그치지 않고, 곤충의 소리를 녹음해 리듬 놀이에 활용하거나, 곤충 집 구조를 모형화로 재현해 보는 등 다채로운 시도가 가능해집니다.

무엇보다 프로젝트 접근은 아이들 각자의 흥미와 개성을 존중한다는 점에서 특별합니다. 한 프로젝트 내에서도 어떤 아이들은 그림 그리기에 몰두할 수 있고, 또 다른 아이들은 곤충 로봇 만들기에 도전할 수 있습니다. 교사는 아이들이 자기만의 방식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서로 다름을 인정하면서도 함께 배움을 이어 나갈 수 있도록 조정자 역할을 맡습니다. 이러한 프로젝트 접근은 학습이 ‘교사 주도’가 아니라 ‘아이 주도’로 이뤄지도록 전환하는 핵심 동력이 되며, 레지오 에밀리아 교육의 창의성과 유연성을 상징하는 구체적 실천 방법으로 꼽힙니다.



# 세계가 주목하는 레지오 에밀리아 교육의 가치

14. 이탈리아 레지오 에밀리아 교육: 창의성을 키우는 방법

이탈리아 레지오 에밀리아 교육은 오늘날 전 세계 교육 전문가들에게 주목받고 있습니다. 먼저, 이 방식은 ‘아이들을 수동적인 존재가 아닌 능동적인 학습자로 바라본다’는 철학적 전환을 확립해 주었습니다. 아이들은 단순히 지식을 주입받는 소비자가 아니라, 자신만의 경험과 상상력을 통해 지식을 재구성하고 표현하며 발전시키는 주체입니다. 이 관점 덕분에 레지오 에밀리아 교육을 경험한 아이들은, 훗날 학습에도 주체적으로 임하고, 문제에 봉착했을 때 여러 관점에서 해법을 찾는 융합적 사고를 보여 주는 경향이 높습니다.

둘째로, 이 교육은 집단 지성의 힘을 실감이 나게 보여 줍니다. 프로젝트 접근에서 개개인의 다른 시선은 갈등이나 혼란의 원인이 아니라, 오히려 공동 창작물이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탄생시키는 자양분이 됩니다. 아이들은 친구들의 의견을 듣고 자기 생각을 조정해 가며, 나아가 더 발전된 단서를 도출합니다. 이러한 협력학습 경험은 성인이 되어서도 조직 생활이나 사회적 관계 속에서 탁월한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팀워크를 발휘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됩니다.

셋째로, 레지오 에밀리아 교육은 예술과 학습의 경계를 허물어, 아이들의 잠재력을 다각도로 끌어냅니다. 미술, 음악, 조형 활동이 단순 취미를 넘어, 과학·수학·언어 등 지식 영역과 융합되어 아이들의 창의적 사고를 촉진합니다. 이 과정에서 각종 재료와 표현 기법은 ‘100가지 언어’를 발휘할 토대가 되고, 아이들은 이를 통해 자신과 세상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시도해 봅니다. 이런 도전이 반복되면서 아이들은 고정관념에 사로잡히지 않고, 끊임없이 변주하고 실험하는 태도를 체득하게 됩니다.

결국 레지오 에밀리아 교육이 전해 주는 가장 큰 메시지는 ‘아이들은 이미 유능하고,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믿음입니다. 교사나 부모의 역할은 그 가능성을 틀에 가두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확장하고 재발견할 수 있도록 안내해 주는 데 있습니다. 이러한 가치를 바탕으로 형성된 학습환경은 아이들의 창의성을 자연스럽게 끌어내며, 미래 사회가 필요로 하는 융합적이고 유연한 인재를 길러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전 세계 수많은 교육자가 이탈리아 레지오 에밀리아의 사례를 모범으로 삼고 연구하는 이유도, 바로 이 ‘창의성을 키우는 방법’이 시대적 요구와 맞닿아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